나는 가수다(5/22) 후기. 공연 이야기

 오랜만에 다시 쓴다. 지난 번 방송을 보고, 경연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시간 떼우기 식의 방송이었다는 혹평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시청자들에게 경연곡들을 익혀서 다음 방송을 더욱 재미있게 시청하라는 의미가 있지 않았었나 싶다. (나 같은 사람은 'Run Devil Run'을 모르니 다시 한번 듣고 오라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나 할까. -_-;) 마지막에 BMK가 나온 건 가장(?) 유명한 곡이기도 하고, BMK가 어떻게 부를지 대강 나오고, 가장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각설하고, 드디어 말도 많았던 경연날이었다. 인터넷 상에서는 누가 탈락할 것이라느냐는 둥의 루머가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제작진의 멋진 시도가 아니었나 싶다. 다시 한번 깨달은 건 역시나 농담은 진담과 적절히 섞어서 해야 더 진실 같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윤도현의 목상태가 어쩌느니에 집중하고, 편집에서도 어딘지 그가 떨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으니까.

 인터넷을 둘러 보다 보면 자주 보는 글이 있는데, 노래는 고음을 지른다고 잘하는 게 아니라는 말. 그 말을 누가 모르겠냐만은, 노래를 들을 때 결국에 가장 집중하게 되는 건 바로 하이라이트 부분이다. 이런 식의 경연에서 후렴구에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난 더 할 수 있는데, 안 하는거야' 라는 건 내공이 높은 사람들을 상대할 때는 모르지만, 일반인을 상대해서는 도저히 먹힐 수 없는 전략인 것이다. (When you believe를 부르는 머라이어 캐리와 휘트니 휴스턴보다, 각각 Without you, I'll always love you를 부르는 그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 것도 그것 때문이겠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강하게, 더욱 더 높게를 해야 하는 것인데, 조만간 그 부분에서 사람들이 질려 버릴 것 같긴 하다. 내가 걱정하던 걸 이소라, 박정현도 같이 걱정했는지, 둘 모두 힘을 좀 뺀 무대를 준비했다. 지난 경연에서 각각 2,1 위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과는 참 안스러웠다. 이소라가 좀더 노래를 뒤에 불렀었다는 어땠을지는 모르겠다만, 역시나 내가 생각하는 건 무난한 공연은 쉽사리 잊혀진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거기에도 예외가 있었다. 초절정 고수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런 모습에도 모두가 감동을 받고, 다른 기억들을 포맷시켜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노래하는 임재범의 모습에서는 바로 그 초절정 고수의 모습을 보았다. 그동안 때로는 건방져 보이는 발언과 모두가 최고의 가수로 칭송하는 말이 절대 허언이 아님을 몸소 보여줬다고나 할까. 난 그가 마이크를 잡고 '내가 만약...'을 부르는 순간부터 감탄을 연발하며, 노래는 이렇게 불러야 되는 것이다 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기분이었다. 난 자꾸만 임재범을 보면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무공을 가졌던 천룡팔부의 그 무명승이 떠올랐다. 나도 자꾸만 괜히 눈물이 나더라. 근데 임재범 아저씨의 문제는 남자들이 자기 노래 열심히 선곡하게 해 놓고, 도저히 따라 부를 수 없게 만들어 놔서 여자들에게 욕을 먹게 한다는 것이다. 이번 노래도 들으면서 '와' 했지만, 도저히 노래방에서 선곡해서 부를 엄두는 나지 않는다.

 BMK는 참 선곡 잘 했다는 느낌이었다. 아니, 어찌 보면 누가 불러도 이 노래는 잘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가사에, 익숙한 멜로디, 거기에 자신의 가창력을 최대로 끌어 올려 보여줄 수 있는 '밤밤바~~'까지 있으니. 이 곡이 걸렸을 때의 BMK의 얼굴에 회심의 표정이란. 개인적으로도 열심히 따라 부르며 듣기는 했지만, 너무나 예상했던 무대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임재범의 말대로 더 손을 델 수가 없기도 했겠다만.

 윤도현(YB)의 경우는 어찌 보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수혜자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정말 좋아하는 그들이지만, 그들의 공연을 보면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나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와 같은 킬링 트랙이 없어 조금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레파토리가 약한 게 아쉬웠는데, 이번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서 Dash와 Run Devil Run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생겼으니. 앞으로 그의 공연에서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처음 편곡할 때 조금 어색할지 몰라도, 이런 노래도 Rock 으로 만들면 꽤나 들을만 한 거 같다. 물론 윤도현의 시원한 목소리가 한 몫을 하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지. (김경호의 Now를 생각하면 참....) 그리고 이들은 항상 분위기를 띄워주기 때문에 나름 중위권을 유지하는 안정감이 있는 것도 같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제는 좀 질려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렇게 되면 장르나 뮤지션의 스타일 변신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손해를 보는 가수가 아닐까 싶다.

 김연우는 말 그대로 노래를 너무 잘한다. 그렇지만, 변신과 새로운 모습이라는 측면에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 이번 '나와 같다면'에서는 자신은 변한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지 않았나 싶다. 자신의 음색과 가창력에 자신이 있었기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육성을 시도했고, 엄청난 박수와 갈채를 받아냈던 것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노래방에서 노래 좀 한다는 친구들 많이 시도하지 않을까 싶다. 노래 좀 하는 친구들, 김장훈 노래를 하는 건 잘 못 봤었는데 말이지. 그런데 앞으로 보지 못한다니...믿어지지 않는다.

 김범수는 지난번에선 엄청나게 엄살을 떨더니 역시나,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는 가수가 아니었지만, 김범수를 보고 있으면 놀라운 건 모든 노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아니, 다른 사람의 노래하는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고나 할까. 회가 지날수록 더 강해지는 듯한 모습은 흡사 싸울수록 더 강해지는 샤이어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늪을 조관우의 가성 창법식으로도 소화해 내고, 후반부의 샤우팅으로도 멋지게 소화해 내고. 제발을 부르는 모습에 정말 가수로서 물이 올랐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 무대를 보니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이번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 임재범의 노래할 때, 고개를 젖히는 동작도 슬슬 따라하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게 보였다. 임재범도 김범수를 보며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던 거 같다. 나오지는 않았었지만 이제는 너의 세상이라는 게 아니었을까... 김범수, 당신 도대체 뭐야.....


 소문에 따르면 다음주부터 임재범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큰 즐거움이 하나 사라졌다니..'여러분'을 들으면서 흘렸던 눈물이 마지막이 될까봐 벌써부터 화가 나려고 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라니. 개인적인 생각은 김건모-임재범으로 이어지는 '선배'가 버티고 있어서, 임재범 이후에도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가수가 대체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후임으로 선발된 사람을 보이 조금은 의외고,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럽기도 하다. 이번 주 방송을 보고, 앞으로도 계속 이 방송을 볼지 안 볼지를 결정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찌 보면 윤도현과 임재범이 내가 이 방송을 보는 이유였으니.

 이런 멋진 프로그램을 기획한 방송국(어디지?..-_-;)과 PD, 그리고 무엇보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가수 여러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음악' 정말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누군가가 만들어낸 최고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p.s.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괜시리 예전 가수들이 모여 불렀던 '하나 되어'를 찾아 봤는데, 거기에 참여했던 가수 중에 유일하게 김건모 만이 '나는 가수다'에 나왔었는데, 만약 옥주현이 나온다면 두 번째 멤버가 되겠네. 그때의 쟁쟁한 가수들(물론 아닌 사람도 많다만..), 다들 뭐하시나? ^^


덧글

  • moonscape 2011/05/29 01:55 # 답글

    앗 저는 의외로 이소라씨가 정말 좋았어요! 사실 이소라씨 창법을 안좋아했었는데(목소리도,,ㅠ) 요번 곡은 참 괜찮다는 느낌이었어요 ㅎㅎ 그런 목소리엔 차분한 곡이 잘 어울리는것 같아요. 김연우씨는 진짜 좀 안타까운 ㅠ ㅠ 어려운 곡인데도 불구하고 노래를 너무 쉽게 불러버려서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쪽에서 좀 실패한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재범님은 아주기양 ㅠ ㅠ 흑흑 여튼 저같이 티비 안보는 사람들한테 본방시간이 기다려지게 만들다니.. 대단한 프로그램입니다(?!)ㅋㅋㅋㅋㅋㅋ
  • 트레이시 2011/06/07 22:21 #

    이소라 씨는 괜찮았는데, 처음에 해서 그런지 잊혀진 게 아닐까 싶어요. 차분한 노래가 항상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다른 걸 하면 더욱 파격적인 거 같아요. 김연우, 임재범 님이 안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는 흥미가 거의 사라져 버렸습니다....울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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